[에이블뉴스] 장애인 도우미요? “장애인활동지원사”입니다 (김양희)
작성일 : 2025-07-30
조회수 :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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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도우미요? “장애인활동지원사”입니다 “그... 장애인 도우미 있잖아요? 장애인 도와주는 일자리 교육이요.” 하루에도 몇 통씩 사무실로 걸려오는 전화의 질문이다. 우리 기관을 장애인활동지원사 교육기관으로 오해하고 연락하는 이들이다. 전화를 걸어오는 사람은 매번 다르지만, 그들의 언어는 놀랍도록 똑같다. 그리고 그 언어 속에는 언제나 <장애인활동지원사>, 혹은 <활동지원사>라는 정확한 명칭이 빠져 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장애인활동지원사(이하 활동지원사)를 ‘장애인에게 무언가를 해주는 사람’, ‘도와주는 사람’쯤으로 알고 있고, 그렇게 인식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들의 시선 속에서 장애인과 활동지원사는 어떤 의미일까? 자신이 수행하는 역할의 의미나 제도의 취지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장애인을 지원하는 활동지원사의 역량은 장애인의 삶의 질과 자율성에 직결된다. 그 인식과 태도는 단순한 착오나 무지가 아니라, 장애인의 권리 실현을 방해하는 구조적 원인으로 작동할 수 있다. ‘활동지원사’라는 이름조차 낯선 사람들 장애인활동지원제도는 2011년 「장애인활동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도입된 국가제도다.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돕기 위해 신체활동, 가사, 이동, 사회참여 등의 일상생활을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장애인이 ‘선택’하고 ‘결정’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활동지원사는 그 곁에서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는 ‘동반자’여야 한다. 그러나 제도의 취지를 온전히 이해하고 활동에 나서는 지원사는 많지 않다. “장애인활동지원사요? 그냥 복지 일자리예요.” “도우미 하는 거죠.”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린다. 일부는 자신이 ‘장애인활동지원사’라는 정확한 명칭조차 헷갈려한다. 활동지원사 교육은 40시간 이상 진행되지만, 그 과정이 자격 취득을 위한 형식적 통과의례에 그칠 뿐, ‘장애인 권리’나 ‘자립생활’에 대한 철학적·윤리적 교육은 충분하지 않다. 이같은 인식은 활동지원사가 ‘서비스 제공자’가 아닌, 장애인의 ‘생활 관리자’나 ‘감독자’처럼 행동하게 만들고, 이는 장애인의 삶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지원이 아니라 ‘관리’와 ‘통제’가 되는 순간들 활동지원사의 인식 부족은 곧 장애인의 일상에서 불편함과 억압으로 드러난다. “오늘은 제 생일이라 외식을 하자고 했더니, 활동지원사가 ‘바쁘다’며 안 된다고 하더군요.” “집 대청소를 같이 하자고 하니, 지원사가 자긴 그런 일 하려고 온 게 아니라며 자리를 떴어요.” “다이어트한다고 식단을 직접 골랐더니, 지원사가 ‘그건 몸에 안 좋다’며 바꿔버렸습니다.” 이 모든 일들은 실제 장애인이 겪은 사례다. 활동지원사로부터 ‘지원’을 받는 대신, 일상의 자율권을 박탈당하고 있는 것이다. 장애인을 마치 보호받아야 할 ‘수동적 존재’로만 바라보는 시선은 이러한 일들을 가능하게 한다. 지원사는 종종 판단하고, 명령하고, 제한하며, 심지어 감시한다. 장애인은 그저 '도움받는 사람'으로 위치한다. 그러나 장애인의 삶은 누구의 손에 맡겨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살아내는 주체적 삶이어야 한다. 활동지원은 그 주체적인 삶을 가능하게 하는 ‘조력’이어야 한다. 활동지원사의 기본 자질은 무엇이어야 하나 장애인활동지원사는 단순히 ‘성실한 사람’이면 되는 일이 아니다. 아무리 마음씨가 좋아도, 아무리 부지런해도, 기본적인 자질과 태도가 갖춰지지 않으면 오히려 장애인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 1. 장애인에 대한 인권 감수성 장애인을 ‘불쌍한 사람’이 아니라, ‘같은 사회의 시민’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하다. 활동지원사는 시혜적이거나 동정적인 자세가 아니라, 권리 중심적 사고를 기반으로 움직여야 한다. 2. 자립생활 철학에 대한 이해 장애인의 자립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이다. 활동지원사는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깊이 이해해야 하며, 그 철학을 실천의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3. 경청과 존중의 태도 활동지원사는 ‘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하는 사람’이다. 일방적인 도움은 때로는 억압이 된다. 장애인의 요구를 경청하고, 그 판단을 존중하는 태도가 기본이다. 4. 상호작용 능력과 감정노동 대응력 활동지원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일이다. 갈등 상황에서도 감정을 조율할 수 있는 능력, 반복되는 노동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건강하게 해소하는 역량이 중요하다. 5. 유연성과 개별성 존중 같은 장애유형이라 해도 사람마다 지원의 요구는 다르다. 정해진 매뉴얼만 따르기보다는, 개인의 삶의 방식과 선택을 존중하며 지원 방향을 조율할 수 있어야 한다. 왜 우리는 활동지원사를 이렇게밖에 인식하지 못했는가 이쯤 되면, 질문을 바꿔야 한다. 왜 활동지원사조차도 스스로를 ‘장애인 도우미’쯤으로 여겨왔는가? 이는 단지 개인의 무지가 아니다. 오히려 한국 사회가 장애와 장애인을 어떻게 바라보아 왔는지를 반영하는 구조적 문제다. 장애인을 늘 ‘수동적인 존재’, ‘불쌍한 존재’, ‘보호가 필요한 존재’로 교육해온 사회, 그리고 이들을 지원하는 사람을 ‘희생자’나 ‘수고로운 존재’로 추켜세워온 복지 담론이 뒤엉켜, 활동지원사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만들어왔다. 정부나 지자체, 언론조차도 활동지원사를 정확한 명칭으로 호명하지 않으며, 단순 일자리 창출 효과로만 다루는 일이 빈번하다. 사회는 활동지원사의 ‘권한’과 ‘역할’을 명확히 규정하지 않았고, 장애인과의 ‘수평적 관계’가 아닌, 일방적 제공자의 위치에 머물도록 방조했다. 이는 결국 제도마저도 활동지원사를 ‘인건비가 적게 드는 간병인’으로 오해하게 만들고, 장애인은 스스로 삶을 선택할 수 없는 객체로 머물게 한다. 제도의 취지, 현장에서 다시 새겨야 이러한 현실은 제도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그 제도를 운용하는 사람들의 인식과 실행 방식에서 비롯된다. 활동지원사의 역량은 단순히 ‘일을 잘하는 능력’에 그치지 않는다. 장애인을 동등한 존재로 바라보고, 그의 삶에 공감하며, 자율성과 선택권을 최우선으로 존중하는 태도가 필수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변화가 필요하다. 첫째, 활동지원사 교육 과정의 개편이 시급하다. 단순한 업무 매뉴얼이 아니라, 장애인의 인권과 자립생활 철학을 중심으로 한 실질적인 인식 전환 교육이 필요하다. 장애유형에 따른 차이, 젠더 감수성, 감정노동에 대한 이해도 함께 포함돼야 한다. 둘째, 활동지원사에 대한 ‘이름 붙이기’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잘못된 명칭은 활동지원사를 주변화하거나 하위직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그 결과, 이용자와의 관계는 권력의 수직구조가 되기 쉽다. 정확한 명칭은 곧 역할의 정체성과 연결되며, 양측의 상호 존중 문화를 형성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셋째, 장애인 당사자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평가와 피드백 시스템이 필요하다. 현재 다수의 지원기관에서는 이용자의 불만 제기를 ‘사소한 트러블’로 치부하거나, 오히려 문제 제기한 이용자를 곤란하게 만들기도 한다. 지원사의 행동이 실제로 ‘지원’이었는지, 아니면 ‘통제’였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과 실질적 대응체계를 갖춰야 한다. 장애인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위하여 장애인활동지원사는 장애인의 ‘손발’이 아니다. 오히려 그들의 ‘길동무’가 되어야 한다. 혼자 살 수 있도록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곁에 서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활동을 지원하는 사람’이라는 그 이름의 무게를 제대로 이해하고, 감당하려는 사회 전체의 노력이 필요하다. 제도가 아무리 잘 설계되어도, 그것을 실천하는 사람의 인식이 바르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된다. 그리고 그 인식은 결국, 사회 전체가 만들어내고 학습시키는 것이다. 우리는 이제, 활동지원사를 단순한 일자리나 가사도우미가 아닌, ‘장애인 권리 실현의 동반자’로서 바라보아야 한다. 그 인식의 전환에서, 비로소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사회가 시작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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