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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화] 장애인은 있어도 불편함은 없는 캐나다
작성일 : 2025-11-13 조회수 : 5

장애인은 있어도 불편함은 없는 캐나다

 


<입술 마우스를 사용해 컴퓨터를 조작하는 모습. 푸르메재단 제공>

 

 

"새 보청기를 받은 뒤 활력이 넘치고 하루하루가 더 즐거워졌어요. 환자, 의사, 간호사, 직원들의 대화를 알아들을 수 있게 됐고, 매번 상대에게 다시 말해달라고 부탁할 필요도 없어졌죠."

캐나다 한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브렌다 씨의 이야기다. 브렌다 씨는 난청 때문에 오랫동안 업무 수행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다 '닐 스퀘어 소사이어티(Neil Squire Society)'로부터 새 보청기를 지원받았고, 이후 업무 능력이 크게 향상됐다. 브렌다 씨처럼 지난해 닐 스퀘어 소사이어티와 정부 기관 '워크(Work)BC'가 협력한 사업을 통해 보조 기술(Assistive Technology: 장애인을 보조하는 장비와 시스템을 통칭하는 말) 서비스를 제공받은 장애인은 1784명이다.

  

보조 기구로 세상과 소통했던 '닐 스퀘어'

닐 스퀘어 소사이어티는 1984년 설립된 비영리단체다. 보조 기술을 개발해 장애인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불편을 없애고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 참여를 뒷받침하는 게 이들의 목표다. 보조 기술을 개발하고 그 사용법을 알리는 사업에서 시작했으나 현재는 장애인 취업 지원, 시민 참여형 보조 기구 제작 플랫폼 운영 등 다양한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기준 닐 스퀘어 소사이어티 직원 100여 명이 캐나다 전역에 있는 장애인 약 12000여 명을 지원했다.

닐 스퀘어는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빅토리아대에 다니던 한 농구선수의 이름이다. 1980년 스물한 살이던 닐은 교통사고로 사지마비가 됐다. 세상과 소통할 길을 잃은 그를 위해 닐의 친척인 빌 카메론은 전신 타자기를 개조해 입김으로 모스부호를 입력하는 방식으로 글을 쓸 수 있는 장치 'sip-and-puff(마시고 내쉬기)'를 개발했다. 1984년 닐은 신부전으로 사망했지만, 보조 기술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던 닐의 정신은 오늘날 닐 스퀘어 소사이어티의 정체성으로 남아 있다.

 

상상해보자. 문을 열려는데 내 손으로 문고리를 잡아 돌릴 수 없다면 어떨까. 글씨를 쓰고 싶어도 연필을 잡을 수 없다면? 인터넷으로 원하는 정보를 찾고 싶은데 키보드를 칠 수 없다면? 보조 기술은 장애인이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단순히 장애인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함이 아니라, 사회 기반시설에 대한 장애인의 접근성을 높이는 중요한 도구인 것이다. 흔히 볼 수 있는 휠체어, 보청기, 지팡이부터 입에 물고 사용하는 입술 마우스와 눈 깜빡임을 감지하는 안구 마우스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닐 스퀘어 소사이어티의 커뮤니케이션 디렉터인 수전 빈스 씨는 "우리는 보조 기술팀과 인체공학팀, 전문 의료팀의 협업을 통해 장애인 개개인의 요구에 맞는 가장 효과적인 보조 기구와 서비스를 제공한다""장애인이 직장이나 가정, 학교 등 다양한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닐 스퀘어 소사이어티는 개인이나 기업으로부터 기부 받은 중고 개인용 컴퓨터(PC)를 장애인이 사용할 수 있도록 수리·개조한다. 장애인에게 개조한 PC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스마트폰 등 정보통신 기기 사용법을 교육시키기도 한다. 이 교육은 인당 일주일에 최대 2시간씩 진행되는데, 이동이 불편한 장애인에게는 화상 전화를 통해 비대면 교육을 실시한다. 닐 스퀘어 소사이어티 관계자는 "일대일 정보통신 기기 사용법 교육은 전문 지식을 갖춘 자원봉사자가 맡는 경우가 많아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연결하는 고리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닐 스퀘어 소사이어티는 보조 기술 사업을 넘어 장애인 구직자, 고용주 등과 3자 협력을 통해 직접 장애인의 취업을 지원하기도 한다. 장애인이 취업 면접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돕고, 고용주를 대상으로는 장애인 고용 관련 교육을 진행하는 것이다.

또한 고용 정보를 제공하는 정부 기관 워크BC의 지원을 받아 장애인을 채용한 고용주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장애인 직원의 수습 기간에 해당 임금을 전액 지원하는 방식이다. 지원 가능 기간은 기본 3개월이고 필요한 경우 3개월 더 연장할 수 있다. 닐 스퀘어 소사이어티 관계자는 "지난해 우리 기관의 대표 취업 프로그램인 'CEO(Creative Employment Options)'에는 장애인 460명이 참여해 155명이 취업 혹은 창업 성과를 거뒀고, 고용주 128명이 임금 보조 혜택을 받았다"고 말했다.

 

닐 스퀘어 소사이어티의 취업 프로그램은 다른 장애인 취업 지원 기관과 차별화된다. 닐 스퀘어 소사이어티는 장애 청소년을 위한 취업 프로그램 '앰파워(Empower) 3D'를 운영하는데, 전자기기와 목재 다루는 방법을 집중적으로 교육시킨다. 다른 기관 프로그램들은 보통 호텔이나 병원, 식당 등 서비스 직종의 취업을 지원하는 반면, 닐 스퀘어 소사이어티는 장애인이 더 전문적이고 양질의 기술을 갖춰 다양한 분야에 취업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닐 스퀘어 소사이어티가 운영하는 사업 중 흥미로웠던 부분은 시민 참여형 보조 기구 제작 플랫폼 '메이커스 메이킹 체인지(Makers Making Change)'였다. 먼저 장애인 당사자가 자신에게 어떤 보조 기구가 필요한지를 플랫폼에 게재한다. 이를 본 시민들은 장애인이 필요로 하는 보조 기구의 설계도를 구상하고 기구를 직접 제작해 장애인에게 제공한다. 시민들은 자신이 만든 설계도를 플랫폼에 공유하기도 한다. 보조 기구를 제작할 수 있는 기술과 재능을 가진 시민들은 이 설계도를 보고 보조 기구를 만들곤 한다. 자원봉사 차원에서 보조 기구를 설계하고 제작하는 이들이 바로 '메이커'.

 

메이커스 메이킹 체인지 플랫폼을 총괄 관리하는 저스틴 페진 씨는 "보조 기구 설계도를 오픈소스로 공개해 시민들의 활발한 참여를 유도한다""지난해에는 메이커 1455명이 보조 기구 5827개를 제작해 장애인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개개인 필요 충족하는 보조 기술 개별화

최근 편리하고 효율적인 보조 기술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한국 역시 우수한 품질의 보조 기술을 제작하고 보급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닐 스퀘어 소사이어티는 우리에게 '연결'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닐 스퀘어 소사이어티는 단순히 보조 기술을 제작하고 보급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취업 장애인에게 보조 기술을 지원해 장애인을 세상과 잇는 것은 물론, 메이커스 메이킹 체인지 플랫폼을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도 연결하고 있다.

장애인 지원 서비스가 개별화하는 지금, 개개인의 필요에 맞춘 독창적인 보조 기술을 어떻게 지원할지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서울에 있는 2개 보조기기센터(서울시서북보조기기센터·서울시동남보조기기센터)를 위탁 운영하는 푸르메재단이 보조 기술 개별화를 위한 동력을 모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시민 참여를 적극 유도하는 닐 스퀘어 소사이어티의 메이커스 메이킹 체인지 플랫폼도 국내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국립재활원에서 이와 유사한 '보조기기 열린 플랫폼' 사업을 시도한 바 있다.

 

장애인이 더 존중받고 자유롭게 사는 포용적인 사회를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우선 장애인에게 공정한 기회와 접근성을 보장하는 것이지 않을까. 보조 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효과적인 보조 기술을 개발·지원하는 일이 바로 그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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