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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블뉴스] 누군가의 존재를 ‘과하다’고 말하는 순간_(김양희)
작성일 : 2025-12-03
조회수 :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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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블뉴스] 누군가의 존재를 ‘과하다’고 말하는 순간 장애인의 정치 참여는 늘 ‘허락된 자격’처럼 취급되어왔다. 제도가 보장하는 당연한 권리임에도, 장애인이 공적 자리에 오르면 사회는 여전히 “이 자리에 설 수 있는 능력이 있느냐”, “특혜를 받은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쉽게 꺼낸다. 최근 한 정당의 대변인이 장애여성 국회의원을 향해 “장애인 할당이 너무 많다”는 취지의 발언을 쏟아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사건은 단순한 말실수가 아닌 장애인에 대한 오래된 시선, 곧 “주어진 몫 이상을 가져가면 안 된다”는 사회적 경계의 표출에 가깝다. 장애여성은 정치 영역에서 가장 오랜 기간 배제되었던 존재다. 여성과 장애라는 이중의 굴레는 정치·경제·사회 전반의 구조적 차별과 연결되어 있고, 그들이 정치권에 진입하는 과정은 다른 누구보다도 가파르다. 그래서 많은 국가는 대표성의 결핍을 메우기 위해 할당제라는 장치를 마련해왔다. 이는 특정 집단에게 ‘특혜’를 주기 위한 제도가 아니라, 원래 존재했어야 할 평등을 조금이나마 회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희는 너무 많이 받는다’는 말은 손쉽게 던져진다. 이는 제도적 취지를 왜곡할 뿐 아니라, 장애여성과 같은 취약한 위치의 정치인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번 논란에서 특히 문제적인 것은 공적 권력을 가진 이가 공식적 발언을 통해 차별의 언어를 재생산했다는 점이다. 정치는 사회의 기준과 감수성을 만들어 내는 자리다. 그 자리에 서 있는 사람이 “장애인은 배려받는 데 익숙하다”는 식의 언급을 한다면, 그것은 단지 한 사람을 향한 공격이 아니라 장애인을 향한 구조적 낙인을 강화하는 폭력이 된다. 장애인의 정치 참여가 마치 ‘과도한 혜택’이라는 인식을 확산시키는 것, 그 자체가 제도의 취지를 흔드는 행위다. 여기서 질문해 보아야 한다. 장애인은 정말 ‘많은’ 기회를 받고 있는가? 현실은 정반대다. 장애인의 정치 참여는 여전히 극히 낮으며, 여성장애인의 대표성은 거의 통계가 무색할 정도로 부족하다. 그들의 목소리는 제도 안에서조차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사회적 편견은 지금도 그들의 존재를 끊임없이 시험한다. 그럼에도 할당제를 “너무 많다”고 말하는 것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과잉’을 상상 속에서 만들어 내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또 하나 짚어야 할 지점은 이런 발언이 장애여성 정치인에게 어떤 방식으로 더 무겁게 작용하는가이다. 여성 정치인에게 가해지는 공격은 종종 인신적이고 감정적이며, 장애 여성에게는 여기에 “능력 없음”과 “대표성 과장”이라는 낙인이 동시에 얹힌다. 즉, 한 사람이 수행하는 정치적 역할이 아니라, 그 사람이 가진 정체성 자체가 공격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교차차별의 전형적 형태다. 차별은 늘 ‘말’에서부터 시작된다. 정치적 언어는 특정 집단을 배제하거나 혐오의 대상으로 설정할 때 강력한 사회적 신호가 된다. 공당의 대변인이 던지는 말은 단순한 의견이 아니라, 권력을 가진 자의 공식적 메시지로 받아들여진다. 그렇기에 이번 사건은 “장애인 차별을 조장하는 발언은 공적 책무를 가진 위치에서 절대 용인될 수 없다”는 기본을 다시 환기시킨다. 할당제를 향한 비난은 결국 제도적 평등을 향한 공격이다. 장애인의 대표성이 확대되는 과정은 ‘특혜의 증가’가 아니라, 비로소 균형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장애여성 국회의원의 존재는 단순한 자리 채우기가 아니라, 그동안 배제되어왔던 삶과 목소리가 정치의 중심으로 이동하는 과정이다. 이를 향한 공격은 정치의 다양성과 민주주의의 기반을 흔드는 일이다. 정치는 사회적 약자를 위해 존재해야 한다. 그들이 배제된 자리를 메우고,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 제도가 움직여야 한다. 그런데 오히려 제도를 왜곡하고 소수자를 겨냥하는 발언이 공적인 자리에서 나오는 것은, 우리가 얼마나 쉽게 차별을 다시 일으킬 수 있는지 보여주는 증거다. 이번 사건은 “장애인은 자신에게 허용된 자리보다 더 나아가면 안 된다”는 암묵적 규범이 여전히 살아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그리고 이런 시선이야말로, 장애인의 정치적 권한을 축소 시키는 진짜 장애물이다. 장애여성의 정치 참여는 사회의 성숙도를 가늠하는 바로미터다. 그들이 공격받는 방식은 곧 우리 사회가 아직 다다르지 못한 평등의 수준을 보여준다. 차별적 언어가 정치적 도구가 되는 순간, 민주주의는 한발 물러나게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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