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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삶이 나아지지 않아요" 장애인 일자리 사업, 이렇게 전환하자
작성일 : 2026-09-03
조회수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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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나아지지 않아요" 장애인 일자리 사업, 이렇게 전환하자 권리형·참여형 일자리의 한계와 직업재활시설 급여 확대, 그리고 학령기 이후 생활안정 방안 모색 최근 몇 년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의 사회참여 확대를 위해 '장애인 권리형 일자리'와 '참여형 일자리' 사업을 앞다투어 확대해왔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5년 정부의 장애인일자리 지원 사업 참여 인원은 3만 3546명으로, 2024년 3만 1546명보다 2천 명 늘어난 규모다. 그러나 현장에서 만나는 장애인 당사자와 가족들의 목소리는 여전히 무겁다. "일은 하는데 삶이 나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자리 사업이 양적으로는 확대되었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장애인의 실질적인 소득 보장과 직업 안정성 확보라는 본래의 목적에서 여전히 멀리 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애인 권리형 일자리는 장애인이 자신의 권리를 옹호하거나 인식개선 활동 등에 참여하는 형태로, 참여형 일자리는 지역사회 내 사무보조·환경정리·홍보지원 등 단순 활동에 투입되는 형태로 운영된다. 실제로 2026년 한 장애인복지시설의 복지일자리(참여형) 참여자 모집공고를 보면, 근무기간은 1월부터 12월까지 12개월이지만 근무시간은 주 14시간 이내, 월 56시간에 그치고, 보수는 월 57만7920원으로 책정되어 있다. 하루 8시간, 주 5일 근무하는 일반 근로자의 근무시간에 비하면 4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셈이다. 이처럼 짧은 근무시간과 낮은 보수 체계로는 장애인 당사자의 최소 생활조차 뒷받침하기 어렵다는 것이 현장의 공통된 진단이다. 문제는 소득의 불안정성에 그치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업이 1년 단위 계약으로 운영되어 고용의 연속성이 보장되지 않고, 예산이 삭감되면 사업 자체가 축소되거나 폐지되는 사례도 빈번하다. 직무 역시 단순 반복 업무 위주로 설계되어 있어 장애인의 직업적 성장이나 역량 개발로 이어지지 못한다. 여기에 성과 중심의 행정평가가 더해지면서, 사업의 본질이 '일자리 제공'보다 '실적 채우기'로 변질되는 경우도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결국 권리형·참여형 일자리는 단기적 사회참여 기회는 제공하지만, 장애인의 평생에 걸친 '직업 안정성'과 '생활 안정'이라는 본질적 과제 해결에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대안으로 주목해야 할 곳이 바로 장애인직업재활시설, 즉 보호작업장과 근로사업장이다. 이곳에서 일하는 근로장애인들은 상시적인 근로 형태를 유지하며 실제 생산활동에 참여하고 있지만, 임금 수준은 오히려 참여형 일자리보다도 열악한 경우가 많다. 관련 통계를 보면 그 심각성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2024년 기준 최저임금 적용제외 인가를 받은 장애인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약 40만 원으로, 이는 법정 최저임금의 20% 수준에 불과하다. 2020년 조사에서는 전체 근로장애인 중 최저임금 적용제외 비중이 66%에 달했고, 그중 89% 이상이 보호작업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말 기준으로는 직업재활시설 이용 장애인의 92.4%가 장애 정도가 심한 중증장애인이며, 이 가운데 80% 이상이 발달장애인으로 조사됐다. 근로능력의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가장 지원이 절실한 중증·발달장애인들이 가장 낮은 임금을 받고 있는 역설적 구조인 셈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우선 공공기관 우선구매제도의 실질적 확대를 검토할 수 있다.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 비율을 상향하고, 지자체와 교육청 등 공공부문의 구매 실적을 인센티브와 연계하면 시설의 매출 기반을 안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사업주가 장애인직업재활시설에 도급을 주는 경우 고용부담금을 감면받는 연계고용 부담금 감면제도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연계함으로써 시설의 수주 물량을 늘리고, 이를 근로장애인 임금 인상의 재원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유효하다. 아울러 최저임금 미만 적용 사업장이라 하더라도 지자체 차원의 임금보전 보조금을 통해 실질임금을 끌어올리는 제도화 방안, 그리고 단순 조립·포장 위주의 작업에서 벗어나 정미·가공업 등 지역 특화 품목 개발을 지원해 시설의 수익구조 자체를 개선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할 필요가 있다. 참고로 독일의 경우 직업재활시설 근로장애인에게 준노동자(Arbeitnehmeränlicher Status)로서의 지위를 부여해 노동법의 전면 적용은 받지 않되 정년까지 일할 권리를 보장하고, 개인 능력에 따른 임금에 더해 보충급여 형태의 공공부조를 함께 지급하는 이원적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2022년 기준 독일 직업재활시설의 평균임금은 231유로(한화 약 367만 원) 수준으로, 우리의 여건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근로'와 '보호'를 양립시키는 제도 설계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실제로 최근 국회에서도 중증장애인 최저임금 적용제외 제도를 폐지하고 그 대안으로 '장애인 보충급여 제도'를 도입하자는 법안이 발의되어 장애계의 지지를 얻고 있다. 이 지점에서 정책의 무게중심을 근본적으로 옮길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에 주목해야 한다. 단기 참여형 일자리를 양산하기보다, 이미 상시적으로 근로하고 있는 직업재활시설 근로장애인들에게 실질적인 급여 지원을 집중함으로써 고용의 질과 지속가능성을 함께 확보하자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예산 배분의 문제가 아니라, "장애인도 일한 만큼 정당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는 노동권의 문제로 접근해야 할 사안이다. 한편 학령기 이후, 즉 특수학교와 특수학급을 졸업한 장애인들이 마주하는 현실도 녹록지 않다.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2025년 특수교육대상자(고등학생)의 취업률은 24%, 진학률은 59%에 머물러, 나머지 상당수는 졸업과 동시에 진학도 취업도 하지 못한 채 사회로 나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특수학급 졸업생의 취업률(32.7%)에 비해 일반학급 특수교육대상자의 취업률은 13.7%에 그쳐 격차가 두드러진다. 학교라는 안전망이 사라진 이후 일자리, 주거, 돌봄이 동시에 끊기는 이른바 '복지 절벽'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를 예방하려면 졸업 전후 개인별 전환지원계획(ITP) 수립을 의무화하고, 직업재활시설 및 평생교육시설과의 연계를 강화하며, 그룹홈과 자립생활주택 등 지역사회 내 주거지원을 함께 확충해 나가야 한다. 아울러 장애인 그룹홈에 거주하는 장애인들이 주말에는 원가정으로 돌아가 가족과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주말 원가정 복귀 프로그램' 역시 생활 안정의 중요한 축이 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나들이 지원을 넘어, 원가족과의 관계 유지와 회복을 통해 장애인의 정서적 안정을 도모하고, 향후 지역사회 정착과 가족 재결합 가능성을 넓히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그룹홈 운영기관과 원가정 간의 정기적 사례관리, 왕복 이동지원, 프로그램 운영비 지원 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장애인 일자리 정책은 이제 '몇 명을 채용했는가'라는 양적 지표에서 벗어나, '얼마나 안정적으로, 얼마나 정당한 대가를 받으며 일하고 있는가'라는 질적 지표로 전환되어야 할 시점이다. 권리형·참여형 일자리의 한계를 직시하고, 직업재활시설 근로장애인에 대한 급여 지원을 확대하며, 학령기 이후 생활 안정과 그룹홈 연계 원가정 복귀 프로그램까지 아우르는 통합적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이것이야말로 장애인 당사자와 그 가족이 체감할 수 있는 진정한 복지 확대의 길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