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미만 지급' 예외조항에 임금 수준 낮아UN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 정서 추진 국회 통과"지자체 지원 절실"…'보충적급여제'도입 시급
[동양일보 박은수 기자]5월 1일 근로자의 날을 맞아 충북지역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등에서 장애인들의 노동 자립에 대한 목소리가 거세다.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들어 본 적은 있지만 어떤 일을 하는지 자세히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전국에 700여 곳 가까이 있는 이 시설들은 장애인들을 보호하는 사회복지시설의 기능을 하면서 이들에게 노동자로서의 역할도 부여하고 있다. 다시 말해, 일반 고용이 어려운 장애인이 준비된 작업환경에서 직업훈련을 받거나 직업생활을 영위하도록 지원하며 영리 활동을 추구하는 것이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고용노동부의 위탁을 받아 장애인들이 근로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지 직업능력평가를 결과를 토대로 이들에게 적합한 취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저임금법 7조에 따라, 업무능력이 다른 근로자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고 판단되면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대부분의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은 ‘최저임금법 7조(최저임금의 적용 제외)’에 포함된 근로 장애인들에게 최저시급을 지급하지 않고 고용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근로기준법의 예외조항을 이용해 값싼 임금으로 장애인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하지만 이것은 직업재활시설이 현재 운영되는 여건을 알고 판단해볼 필요가 분명히 있다.
청주시 중증장애인생산품 생산시설 현황에 따르면 청주에는 15곳의 직업재활시설이 있다. 이들의 생산 품목은 제과제빵, 커피, 물티슈, 복사용지 등 다양하다. 오전에는 시설 장애인들이 노동을 하며 생산품을 만들고 오후에는 각종 프로그램을 통해 재활 훈련과 보호를 받는 것이 평소 일상이다.
청주 서원구에 위치한 재활시설, ‘춤추는 향기나무’는 커피를 생산해 공공기관이나 시장에 납품을 하고 있다. 커피를 로스팅하는 다소 복잡한 과정은 시설 내 사회복지사가 담당하며, 로스팅 된 커피를 분류하고 포장하는 과정을 장애인들이 도맡고 있다. 비장애인들에 비해 속도는 느리지만 재봉 작업도 실수 없이 해내고 있었다.
곽희철 춤추는 향기나무 원장은 “고령화 사회가 심화되면서 50대 장애 자녀를 돌보는 사례도 증가한다”면서 장애인의 삶(급여)이 보장돼야 부모의 노후도 보장되는데 그 부분을 주로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김윤경 담쟁이 장애인보호작업장 원장은 재활시설 장애인들에게 전국 최초로 최저임금을 지급하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일한 만큼 공정하게 대가를 받아야 한다는 철학을 몸소 실천 중이다. 하지만 근로능력이 비장애인에 비해 부족할 수 밖에 없는 이들에게 최저시급을 지급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는 “일하는 장애인들의 빈곤을 개인이 책임지는 것은 한계점이 분명히 존재한다”면서 “사회와 국가가 일정 부분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타 시도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들을 충북도에도 꾸준히 제안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제주특별자치도의 경우 2021년 기준 중증장애인 396명을 대상으로 월 평균 35만원씩 지원해 최저임금 이상 지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경기도와 충남 홍성군도 각각 16만원과 30만원의 훈련수당 지원을 도입해 실행 중이다.
국제 정서도 같은 흐름으로 흘러가고 있다. UN 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 비준이 2021년 추진됐고 지난 해 12월 8일 제400회 국회 제14차 본회의에서 “장애인의 권리에 관한 협약 선택의정서 가입동의안”이 통과했다. 이는 동일가치노동에 대한 동일 임금을 보장하고 최저임금법에서 배제된 장애인에게 보상할 것에 대한 내용이다.
한국 장애인연구원 이혜경 부장은 재활시설의 장애인들에게 훈련수당의 경우 지급이 불가능하다는 법적 근거가 있지는 않다고 말한다. 그는 “국민평생직업능력개발법에 따라 공공직업훈련 시설로 지정되면 지원(훈련수당)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이들 또한 광의의 근로자로 판단해 고용보험을 활용한 ‘훈련 장애인 수당’ 지급도 고민할 여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재봉 더불어민주당 중앙당 전략기획위원회 부위원장은 “전문 경영진 없이 고용과 복지, 이중적 역할을 하는 예외사업장(장애인재활시설)들은 생산성 악화와 충분한 급여 지급에 대한 악순환 상태에 놓여 있어 지자체의 추가적 재정지원이 없이는 운영이 힘들다”며 “정부의 보충적 급여제 도입에 대한 제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제도 도입 후 이들의 만족도와 고용 확대 성과를 중간 평가를 통해 점검하면서 장애인들도 노동을 통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가 구체화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은수 기자 star0149@dy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