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례21] “훈련장애인은 월급 10만원”…‘보호고용’이란 인권 착취
작성일 : 2023-03-27
조회수 : 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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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장애인은 월급 10만원”…‘보호고용’이란 인권 착취장애인에게 최저임금 적용 않는 ‘최저임금법’ 제7조 숱한 비판 받았지만 여전히 하한선도 기준도 없어 김종명(31)씨의 근무기록은 다음과 같다. 2011년 3월7일부터 6월21일까지 직업재활시설 ㄱ업체 근무, 석 달 넘게 일하고 받은 총급여는 8만3천원. 2012년 1월2일부터 2월9일까지 한 달여 직업재활시설 ㄴ업체 근무, 받은 총급여는 7만원. 10년 전임을 고려해도 최저임금에 턱없이 못 미치는 금액이다. 하지만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 김씨가 장애인이기 때문이다. 김씨는 당시 고용보험에도 가입하지 않은 ‘훈련장애인’(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이 운영하는 작업활동 프로그램 또는 장애인 직업적응훈련시설을 이용하는 장애인)이라 더 낮은 급여를 받았다. 이후 다른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에서 ‘근로장애인’(임금을 목적으로 일하는 장애인)으로 일한 적도 있지만 그 때도 평균 월급은 30만원에 불과했다. 임금도 지위도 사업주 마음대로 김씨처럼 중증장애인은 노동하더라도 제대로 그 대가를 받지 못한다. “정신장애나 신체장애로 근로능력이 현저히 낮은” 경우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을 수 있다고 명시한 ‘최저임금법 제7조’ 때문이다. 실제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 제출받은 ‘최저임금 적용 제외 장애인 현황’ 자료(2022년 8월 기준)를 보면, 노동부로부터 최저임금 적용 제외 인가를 받은 장애인은 총 6691명에 이르렀다. 이들의 월평균 추정 임금은 37만9622원이었다. ‘최저임금법 제7조’를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2005년 최저임금법을 개정한 뒤 꾸준히 제기됐다. 당시 일반 노동자보다 노동생산성이 낮은 장애인도 최저임금 적용 대상에 포함하면 오히려 고용이 어려워지리라는 이유로 장애인을 최저임금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다. 이처럼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장애인의 94.9%는 직업재활시설 소속이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 2019년 기준) 더 큰 문제는 장애인에게 지급 가능한 임금 하한선이 없는데다 ‘훈련장애인’ 제도처럼 비슷한 일을 해도 더 열악한 상황에 있는 이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펴낸 ‘2021년 장애인직업 재활시설 및 판매시설 운영실적’을 보면, 2021년 기준 장애인보호작업장에 고용된 근로장애인의 월평균 임금(추정)은 54만2천원, 훈련장애인의 월평균 훈련수당(추정)은 9만원으로 근로장애인이 약 6배 많이 받는다. 같은 작업장에서 같은 근무를 해도 근로장애인의 작업은 노동으로 인정받지만 훈련장애인은 그렇지 못하다. 한 직업재활시설 관계자는 “근로장애인의 직무능력이 조금 더 낫기는 할 테지만 그 경계를 정하는 것도 모호하다”라고 말했다. 정부의 어떤 규정도 훈련장애인과 근로장애인의 기준을 명시하고 있지 않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둘을 나누는) 명확한 기준은 없고 시설이 (자체적으로) 결정한다”며 “시설마다 지역이나 업종에 따라 편차가 크기 때문에 기준을 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매달 받는 임금, 고용보험 가입 여부, 퇴직금 수령 여부 등 장애인 당사자의 삶이 완전히 바뀔 수 있는 문제인데도 해당 시설의 자의적 판단에 의존할 뿐 별다른 제재 없이 방치된다. 장애인이 ‘인간답게’ 살려면 사업주가 지급하는 ‘적정임금’도 역시 사업주의 ‘선의’에 기대야 한다. 노동부 관계자는 “‘최저임금 적용제외 인가’ 신청서에 (함께) 작성하는 임금이 너무 낮을 경우 인가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근로감독관이 개선을 권고할 수 있으나 강제성은 없다”며 “사업주가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적정임금을 지급하도록 유도하는 형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씨 사례처럼 월 10만~30만원에 불과한 임금을 받아 ‘인간다운’ 생활이 불가능하더라도 누구도 규제하지 않는다. 비판이 계속되자 고용노동부는 2020년부터 ‘근로장애인 전환지원 사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직업재활시설에서 일하는 ‘최저임금 적용제외 인가’ 장애인을 대상으로 직업훈련을 시행하면서 최저임금 이상을 받을 수 있는 노동시장에 취업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것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장애인에 대한 다른 임금 기준을 (별도로) 정하는 것이 오히려 차별일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방법보다는) 최저임금을 적용받지 못하는 장애인 수를 줄이는 것이 장기적으로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장애계는 이것이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본다. 처우 개선 등에 머무르는 게 아니라 장애인 고용제도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미연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독일 등에서는 이미 보호작업장이란 단어를 없애고 ‘포용사업장’을 운영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대표 역시 “기본 전제 자체가 잘못됐다. 중증장애인을 일반 시장으로 전이한다는 건 환상이다. ‘보호고용’이라는 이름으로 헌법에서 보장하는 최저임금을 주지 않고 인권을 유린하는 것일 뿐”이라며 “2019년 정부와 ‘권리 중심 공공일자리’ 등으로 전환하자는 합의를 했는데 이런 부분은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리 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권리 중심 공공일자리)’는 최중증장애인을 중점적으로 고용해 △장애인 권익 옹호 △문화예술 △장애인식 개선 교육 등을 수행하는 공공일자리다. 2020년 서울에서 최초로 시도한 뒤 다른 지방자치단체로 확대되고 있다. 이 일자리는 기존에 노동할 수 없는 존재로 여겨지던 최중증장애인이 노동으로써 공공의 가치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시도라는 평가를 받는다. 중증장애인도 ‘공공 가치 창출’ 가능해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도 2014년 이미 한국 정부에 “일할 능력이 부족한 것을 정의하기 위한 평가와 결정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분명한 기준을 설정하지 못한 것”과 “장애인이 최저임금 이하의 보상을 받고 개방된 노동시장으로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는 보호작업장이 지속되는 것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보호작업장은 생산성이 낮은 장애인에게 직무기능 향상 훈련과 임금노동 기회를 함께 제공하는 시설이다. 그러면서 최저임금 적용 배제, 보호작업장 운영을 모두 중지하라고 권고했다. 훈련장애인 제도 역시 ‘착취’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이미 직업훈련소가 많은데 훈련장애인이라는 이름으로 인권을 착취하는 제도를 만든 것”이라며 “결국 갈 곳 없는 중증장애인을 약 올리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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