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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죄송, 불합격입니다” 서울시 중증장애인 구직난 시작됐다
작성일 : 2024-01-30 조회수 : 44

“죄송, 불합격입니다” 서울시 중증장애인 구직난 시작됐다

 

 

서울시, 중증장애인 위한 권리중심일자리 사업 종료
실직 중증장애인 구직 더욱 어려워져
서울시 “장애인 공공일자리 수는 더 늘어”

 


지난해 권리중심 공공일자리에서 일했던 뇌병변 장애인 김혜영씨(가명·40대)가 지난 24일 오전 국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서현 인턴기자

“죄송하지만 불합격입니다.”

뇌병변 장애인 김혜영씨(가명·40대)는 지난달 21일 서울의 한 장애인자립생활센터로부터 불합격 문자를 받았다. 장애인 공공일자리에 지원했으나 탈락한 것이다.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을 때만 해도 기대가 컸다. 직원에게 전해 들은 경쟁률은 약 2.5대 1. 그러나 중증장애인인 김씨에게 그 벽은 높았다.

“아쉽죠. 일하고 싶었는데…. 다른 곳으로 지원할걸 그랬나 봐요.” 그가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김씨는 이후로도 일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그는 서울시의 ‘권리중심 공공일자리(권리중심일자리) 사업’을 통해 일자리를 얻었다. 중증장애인을 우선 선발하는 공공일자리 사업이었다. 중증장애인이란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을 영위하기 어려울 만큼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을 말한다. 권리중심일자리에서 중증장애인은 장애인 권익옹호 활동이나 문화예술 활동 등의 일을 주로 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지난해를 끝으로 권리중심일자리 사업을 종료했다. 이 사업의 일자리 400개도 없어진 것이다. 김씨도 일자리를 잃었다. 서울시는 대신 장애인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장애유형 맞춤형 특화일자리 사업’을 준비 중이다.

김씨에게 권리중심일자리는 각별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그에게 이 일로 얻는 100만원가량의 소득은 생활에 큰 보탬이 됐다. 그 돈으로 공과금도 내고, 동료들과 떡볶이 같은 간식을 사먹으러 가기도 했다. 그러나 김씨에게 무엇보다 소중한 건 ‘일을 하는 것’ 그 자체였다. 그는 “센터로 매일 출근하니 이곳의 구성원이라는 소속감이 들었다”며 “나도 사회에 참여할 수 있다는 자부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 출근일이던 지난달 27일 일을 마치고 근무 일지를 작성하기 위해 모였을 때 모두가 말이 없었다”며 “헤어지기 싫은 마음에 누구도 자리를 뜨지 못했다”고 말했다.

사라진 권리중심일자리, 구직난은 ‘진행형’

일자리를 잃은 중증장애인은 다른 공공일자리를 알아봐야 했다. 보건복지부가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해 운영하는 일반형 일자리와 복지 일자리가 대안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권리중심일자리 노동자였던 중증장애인 다수가 현실적으로 구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국권리중심중증장애인맞춤형공공일자리협회(전권협)가 권리중심일자리 노동자 298명의 구직 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29일을 기준으로 106명이 새로운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있다. 우정규 전권협 정책국장은 “대량 실업은 현실이 됐다”며 “구직을 포기한 사람들을 제외하고 새로운 일자리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사람들만 해도 이 정도”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전체 장애인 공공일자리 수는 늘었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장애인 공공일자리 수는 지난해보다 400개가 늘어 4748개가 됐다. 예산도 지난해보다 27억3400만원이 증액됐다고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권리중심일자리에 참여했던 사람들 일부가 다른 공공일자리로 흡수된 것으로 안다”며 “또 일부 노동자는 (다음달 실시되는) 특화일자리로 올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울시 측은 국민일보 보도에 대해 해명자료를 내고 “권리중심일자리 폐지로 중증장애인 일자리 400개가 사라졌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른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자리가 늘어도 중증장애인이 이전과 같은 소득을 얻기는 요원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리중심일자리와 유사한 수준의 급여를 얻으려면 ‘시간제 일반형 일자리’에 지원해야 한다. 그러나 해당 일자리의 경우 신체적 기능을 요구하는 직무가 많다. 우 국장은 “예를 들어 청소를 하거나 파쇄기를 돌리는 등의 업무가 있다”며 “그러다보니 (업무 수행이 어려운) 중증장애인의 진입률 자체가 낮고, 채용되더라도 업무 수행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말했다.

‘이것도 노동’ 보여줬던 권리중심일자리

지난해 4월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2023년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서울형 권리중심의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발대식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권리중심일자리는 중증장애인의 노동권 실현을 목적으로 시작된 공공일자리 사업이다. 서울시는 2020년 5월 이 사업을 발표하며 “그동안 최중증장애인은 장애인 일자리 사업에서도 참여가 어려웠다. 최중증장애인도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권을 누릴 수 있도록 ‘노동의 기회’를 준다는 점이 이 사업의 가장 큰 의미”라고 밝혔다.

서울시가 권리중심일자리를 시작한 이후 경기·강원·전북·경남 등의 지자체가 이 사업을 도입해 현재까지 운영 중이다.

서울시는 권리중심일자리의 직무로 ‘장애인 권익옹호’ ‘문화예술’ ‘장애인 인식개선 활동’을 제시했다. 각 분야 활동을 통해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의 내용을 시민들에게 알리는 게 목표였다. 이를 위해 권리중심일자리 노동자들은 관공서 앞에서 캠페인을 벌이거나 지하철 역사를 방문해 화장실 등 시설의 배리어프리(무장애 설계) 정도를 점검하는 일을 했다. 또 장애인 인권을 주제로 연극 공연을 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캠페인이나 예술 활동이 ‘노동’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김상현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장애인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노력은 노동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며 “이는 일종의 공공재를 생산하는 활동”이라고 말했다.

또 이들의 노동을 보장하기 위한 국가의 역할도 강조됐다. 이동석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국민의 인권 및 노동권을 보장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라며 “장애인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해선 노동의 개념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장애인의 노동이) 시장에서 평가하는 생산성은 떨어지더라도, 생계를 유지하고 자존감을 높이며 사회관계를 증진할 수 있다면 정부는 공적 자금을 투입해 장애인의 노동권을 보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왜 사라졌나 봤더니
지난해 7월 4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열린 '국민의힘 시민단체 선진화 특별위원회 하태경 위원장' 국가인권위 장애인차별 진정 기자회견에서 우정규 전국권리중심중증장애인맞춤형공공일자리협회 정책국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시 판단은 달랐다. 서울시는 권리중심일자리 업무가 캠페인 활동에 집중되는 것은 문제라고 봤다. 서울시 관계자는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집회와 시위, 캠페인 참여 활동을 공공일자리 직무로 볼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고 했다.

앞서 지난해 3월 서울시는 2020년~2022년 권리중심일자리 활동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50.4%의 활동이 캠페인 활동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이를 문제라고 보고 지난해 7월 캠페인 활동을 직무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권리중심일자리 활동이 다른 공공일자리와 큰 차별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사업 종료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는 2020년 캠페인 활동을 직무로 제시했던 서울시가 스스로 입장을 뒤집은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캠페인 활동은 당초 서울시가 인정한 정당한 직무 활동이라는 얘기다. 우 국장은 “당시 서울시는 권리중심일자리가 수행하는 캠페인과 기자회견 참여, 차별 철폐를 위한 퍼포먼스 등을 인지한 상태에서 직무로 제시했다”며 “중증장애인들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똑같은 일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불법’인 일처럼 됐다”고 말했다.

서울시 측은 이와 관련해 “그간 권리중심일자리가 캠페인 위주의 선전·선동 활동에 편중되면서 장애인 인식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시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공공일자리가 오히려 시민의 불편을 초래해 일자리 사업의 실효성을 위해 개선하게 된 것”이라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특화 일자리, 대안 될 수 있나

서울시는 올해 새로운 공공일자리 사업으로 ‘장애 유형 맞춤형 특화일자리’를 시행할 계획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특화일자리란 “장애 유형에 따른 특성뿐 아니라 고용시장의 변화까지 고려한” 일자리다.

가령 청각장애인에게는 시각을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라벨링을, 중증 근육장애인에게는 불법 콘텐츠 모니터링 직무를 맡기는 식이다. 이 외에도 운전원·원예관리사·품질검사원·네일 아티스트 등의 직무가 예시로 제시됐다. 서울시는 다음달 중 채용 절차를 거쳐 250명을 선정할 방침이다.

그러나 특화일자리가 중증장애인에게도 일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서울시가 앞서 제시한 직무들과 같이 특정한 신체 기능을 요구하는 직무가 다수가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특화일자리는 이미 노동시장에 진입할 수 있었던 장애인만을 선별해 일자리를 제공하게 된다”며 “권리중심일자리에 참여했던 장애인들은 노동에서 다시 배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지혜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장애인에게 맞춤형으로 일자리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는 의미가 있다”면서도 “문제는 중증장애인을 위한 맞춤형 일자리도 마련되는지다. 다양한 맞춤형 일자리를 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중증장애인이 100명을 넘어선 상황에서 권리중심일자리 노동자 일부의 구직난은 앞으로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우 국장은 “특화일자리는 대안이 될 수 없다”며 “서울시는 폭력적인 예산 집행으로 중증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사지로 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특화일자리 협약 시 중증장애인에게 우선적으로 참여 기회가 제공되도록 보조사업자에게 지침을 내릴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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